지난 주(3월 27일)에 국내 제 1의 통신사업자인 KT(2012년 매출액 23.8조원)와 전세계 제 1의 글로벌 CDN 사업자인 아카마이(2012년 매출액 약 1.5조원)간에 Managed CDN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작년부터 Akamai, Limelight, Edgecast와 같은 글로벌 CDN 사업자들이 세계 각국의 통신사업자들에게 Managed CDN, Licensed CDN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는 데, 이것이 무엇이고 어떤 배경에서 나오게 되었는 지 살펴보자.
1. 통신사업자의 On-Net CDN 구축: 글로벌 CDN 사업자의 OTT 고객을 가져오자
최근 몇년사이 OTT(Over-The-Top: 인터넷 비디오 서비스 사업자)의 비디오 서비스가 Big Hit를 치자 각국의 통신사업자들(미국의 Verizon, Time Warner Cable, CoX, 유럽의 BT, Virgin Media, Telecom Italia, Telefonica 등)은 CP/OTT를 대상으로 CDN 서비스를 판매하여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내고 또한 CP/OTT 트래픽으로 인한 IP 네트워크 비용을 절감시키기 위해 자사의 IP 네트워크상에 CDN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통신사업자 CDN은 에지 서버가 통신사업자의 IP 네트워크의 에지에 위치하기 때문에 글로벌 CDN 사업자의 에지 서버보다 이용자에게 훨씬 가까워 비디오 시청 품질이 거의 TV급에 이른다는 장점을 제공한다.
그런데 문제는 각 통신사업자의 IP 네트워크는 한 나라안에 있기 때문에 아카마이(아카마이 에지 서버는 세계 각국의 통신사업자의 IDC에 입주해 있으며, 총 12.7만대의 에지 서버 보유하고 있음)와 같은 글로벌 CDN 사업자와의 경쟁에서 원천적으로 불리할 수 밖에 없는 점이다.
예를 들어 OTT A가 KT의 CDN 서비스를 쓰게 되면 KT 가입자들만 CDN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OTT 사업자가 일본내에서도 비디오 서비스를 하려면 일본 통신사업자, 예를 들어 NTT의 CDN 서비스를 써야 한다.
이렇게 OTT는 여러 통신사업자와 CDN 계약을 맺어야 하며 이 서로 다른 CDN으로 자기 이용자들에게 컨텐츠를 잘 전달해주고 있는지 통계 보고서도 다 따로 받아야 한다.
OTT로서는 대단히 피곤하며 따라서 여러 국가의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컨텐츠 서비스를 하려는 OTT들은 여전히 글로벌 CDN 사업자의 서비스를 택하게 된다.
통신신사업자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통신사업자의 CDN을 연동시켜 고객(CP/OTT)에게는 하나의 CDN으로 보이게 해주는 CDNi(CDN Interconnection)기술을 IETF에서 표준화하고 있으며 여러 통신사업자와 Telco 벤더들이 연동 테스트를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결국은 통신사업자가 글로벌 CDN 사업자와 경쟁하여 그들의 고객인 CP/OTT를 자사 고객화시켜 글로벌 CDN 사업자의 수익을 통신사업자가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통신사업자의 전략이고 글로벌 CDN 사업자의 전략을 살펴보자.
2. 글로벌 CDN 사업자의 대응 전략: 내 CDN 솔루션을 돈내고 써라
이에 대한 대응으로 글로벌 CDN 사업자들(Akamai, Limelight, Edgecast 등)은 통신사업자들 대상으로 Licensed CDN, Managed CDN 이라는 서비스를 만들어 출시하였다.
Licensed CDN 서비스는 글로벌 CDN 사업자의 검증된 CDN S/W를 통신사업자에게 판매하는 것이고 통신사업자는 이를 구매하여 자사 IP 네트워크상에 CDN을 구축하고 운영한다. Managed CDN은 글로벌 CDN 사업자가 자사 솔루션으로 통신사업자망내에 CDN을 구축해주고 일정기간 이 CDN 망을 관리하고 기술지원해주는 운영 대행이 포함된 서비스이다.
즉, 나하고 싸울려고 하지 말고 내 꺼 갖다 써라는 의미이다.
Egdecast가 2011년 최초로 이러한 서비스를 출시하였고 AT&T, DT, Telecom NewZealand, TELIN, PACNET 등 을 고객으로 확보하였으며, 아카마이도 2012년초에 서비스를 출시하였고 Orange, AT&T, Swisscom, KT와 계약을 체결하였다.
글로벌 CDN 사업자들은 통신사업자가 이 서비스를 이용해서 얻을 수 있는 장점으로 다음과 같이 4가지 포인트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통신사업자가 직접 CDN을 구축하면 구축 비용 (돈 들지), 구축 소요 시간 (검증 테스트 해야지), 운영의 부담 (우리가 CDN망을 잘 운영할 수 있을까?) 등의 많은 걱정꺼리들이 있는데, 글로벌 CDN 사업자의 Licensed CDN 또는 Managed CDN 서비스를 받으면 이런 문제가 사라진다.
둘째는 통신사업자(예, KT)의 IP 네트워크 에지에 글로벌 CDN 사업자(예, 아카마이)의 CDN 에지 서버를 도입하면 글로벌 CDN 사업자의 CDN에서 발생되는 트래픽량이 줄어 통신사업자는 네트워크 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다(아카마이의 경우 전체 인터넷 트래픽의 15~30%를 나르고 있음). 기존에 아카마이 에지 서버가 자사 IDC내에 들어와 있는 통신사업자라면 백본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그렇지 않은 통신사업자의 경우라면 Transit 비용과 백본 비용을 모두 절감할 수 있다.
셋째는 글로벌 CDN 사업자의 CDN S/W를 구매하여 순식간에 구축한 통신사업자 CDN망을 통해 자국내 기업들 (CP/OTT)에게 CDN 서비스를 제공하고 CDN 이용료를 받아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다. 이 때 자국내 다른 Local CDN 사업자와의 차별화 포인트는 글로벌 CDN과 연동(Federation)된다는 점이다(두 CDN 모두 한 글로벌 사업자 꺼이므로. 쉽게 말해 아카마이 CDN이 KT IP 네트워크 안으로 확장된 것이다). 이는 CP가 CDN을 선택할 때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넷째는 이 CDN을 이용하여 통신사업자 자체 비디오 서비스(IPTV/VoD, N-스크린)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통신사업자들은 고민하게 되는데 1) Cisco, Alcatel 또는 자국내 벤더가 제공하는 On-Net CDN 솔루션을 구매하여 내 CDN망을 구축할 것이냐? 2) 아니면 글로벌 CDN 사업자의 CDN S/W를 사다 쓸 것이냐?의 고민이다.
KT 는 차세대 CDN을 직접 구축하는 방안과 글로벌 CDN 사업자의 품안에 들어가는 두 가지 방안을 모두 고민했을 것이며 지난 주 KT와 아카마이간의 Managed CDN 서비스 계약 체결은 후자쪽으로 진행되는 듯 보인다.
최근 몇 년간 기존의 PC뿐만아니라 스마트폰, 스마트 패드, 스마트 TV 등 다양한 비디오 시청 단말의 출현과 인터넷 비디오 서비스 사업자(OTT)의 출현으로 통신사업자의 포트폴리오에 CDN이라는 새로운 세그먼트가 생겨 통신 분야의 다양한 관련 산업에 생기를 불어넣어 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되면 아카마이가 KT CDN을 접수하는 것이고 국내외 관련 솔루션 벤더들에게 기회가 없어지게 된다. 또한 KT가 글로벌로 나갔다기 보다는 아카마이가 통신 사업자안으로 침투했다고 볼 수 있다.
KT가 향후 어떠한 방식으로 CDN 서비스를 제공할 지 두고 볼 일이다.
글로벌 글로벌 부르짖으면서도 내가 주인된 입장으로 정작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싸워야 할 때, 왜 "Nationality"가 그렇게 중요하게 느껴지는지 ..
GGC 관련 내용과 함께 지금의 Blog 내용도 꼼꼼하게 한번쯤 곱씹어 보아야 하지 않을런지 ..
너무 추상적인가?! ^^
항상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
한가지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아카마이의 경우 전체 인터넷 트래픽의 15~30%를 나르고 있음"이라고 본문에 쓰셨는데, 이에 대한 출처를 알려주실 수 있으신지요?
감사합니다!!
몇가지 내용을 발췌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Akamai delivers between 15-30% of all Web traffic
- Akamai delivers daily Web traffic reaching more than 10 Terabits per second
- Akamai delivers over 2 trillion daily Internet interactions
- Akamai has the most pervasive cloud optimization platform - 127,000 servers in 81 countries within over 1,150 networks.
- 85% of the world's Internet users are within a single "network hop" of an Akamai server
복잡한 내용을 너무나 쉽게 설명해 주셔서 한수 배웠습니다.
저는 아직 KT에게 길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통신사는 급격히 늘어나는 국내 IPTV, VOD 수요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신기술을 개발한다면
오히려 Akamai를 통해서 세계에 빠르게 시장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
관련 기사에 "전략적 제휴"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이 뜻은 KT가 일방적으로 아카마이에게 대가를 지불한다는 뜻이 아닐것 같습니다.
1) Akamai 가 KT망을 사용하는 댓가로 gbps 당에 대한 돈을 KT에게 지불
2) KT가 국내 OTT사업자 CDN 서비스를 sign up 하면서 global CDN delivery (원래 Akamai영역)도 국내 OTT사업자에게 제공을 하며 거기에대한 매출을 Akamai와 공유.
차라리 무선통신망의 연동과 같은 방식의 표준화를 통해 연동규약을 정하고 이를 반영한 표준 솔루션을 통신사업자간에 공동개발하는 방안이 장기적으로 효율적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