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인 8월 4일에 SK Telecom이 국내 최초로 상용 서버 (HP 서버) 기반의 EPC (4G Core)를 상용망에 적용했다. 스마트폰은 기존의 EPC 전용장비가 트래픽을 처리하고, 이번에 도입된 상용서버 기반의 EPC는 부하가 적은 IoT 트래픽을 처리한다.
EPC (Evolved Packet Core) 장비는 대표적인 통신망 장비이며, 그 동안 삼성, 시스코, 에릭슨 등의 통신 장비업체들이 전용 장비 (H/W+S/W)를 개발하여 통신사업자에게 공급해왔다.
통신장비 업체들이 제공하는 전용장비는 자체 개발한 통신 기능에 특화된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이동통신용 소프트웨어들이 탑재되어 있고 이동통신사업자들에게 장비 단위로 고가로 판매를 해왔다.
이번에 SK Telecom이 상용화한 가상화 EPC는 서버 가상화보다는 상용 서버에 통신 소프트웨어를 올려 기존의 통신 벤더의 전용 장비의 필요성을 없애 버린 점이 포인트이다. SK Telecom은 하드웨어인 서버는 HP 서버를 직접 구매했고 소프트웨어만 삼성으로부터 구매했다.
넷매니아즈에서 파악하기로는 해외의 경우도 SK Telecom처럼 통신사업자가 서버를 구매하고 이동통신 벤더는 소프트웨어만 공급하는 구조가 최근의 여러 사례에서 목격되고 있다.
서버 기반의 네트워크 장비라는 어려운 개념을 쉽게 예를 들면, 우리가 고속도로를 운전하고 다닐 때 초록색으로 보이는 안내판이 수 Km마다 보이는 데, 도로 경로가 바뀌거나, 도로명, 지번 변경 등이 바뀔 때, 그 때마다 새로 간판을 다시 만들고 사람이 그 간판을 들고 올라가서 교체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든다.
근데, 상용 서버를 하드웨어로 하고 소프트웨어만 업그레이드 한다고 하면, 중앙에서 그냥 범용인 디스플레이 장비를 갖다 놓고 상황에 따라 그 디스플레이에 보이는 내용을 그때 그때 입력하면 된다. 실시간이고 비용이 안 든다.
마찬가지로 통신사업자는 자기가 건드리기 어렵고, 구매하려해도 발주부터 상용망 적용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전용 장비, 로드맵도 벤더에 의존해야 하는 전용장비 환경에서, 장비(근까 서버가 된 거죠)는 시장에서 편하게 사고 필요한 소프트웨어만 벤더로부터 구매하는 시장 구조로 전환이 진짜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벤더로서는 이러한 추세가 달갑지 않을 것이다. 장비를 제공하면 규모있는 돈을 받지만 하지만 소프트웨어만 제공하면 한참 못 받는다.
우리가 어디가 아파 한의원에 가면 한의사는 일단 침을 놓는다. 왜 가장 효과적인 치료책이므로. 근데 그러고 나오면 돈 내기가 받기가 서로 민망하다. 침은 표가 안 나니까. 그래서, 한의 병원에서는 별 의미없는 한약 몇 재를 포장하여 한 바구니 준다. 이용자는 마음이 편하다. 무거운 뭔가를 받았으니. 돈을 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마음이 편하다.
한 꾸러미의 한약 몇 재는 하드웨어이고 침은 소프트웨어이다.
이제 벤더는 참 돈 받기 어려운 침으로 살아가야 하는 시대로 접어든 것 같다.
기술적인 트렌드로는 맞지만 개인적으로는 안타깝다.